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AI는 몇 개월 단위로 새로운 모델과 기술을 만들어내고, 어떤 직업은 갑자기 사라질 것처럼 보이며, 누군가는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부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도 정말 꾸준함이 중요할까요?”
“한 가지를 오래 하는 것이 아직도 맞는 전략일까요?”
솔직히 나 역시 그런 고민을 한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하나의 기술과 경력을 오래 쌓는 것이 강력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특정 도구나 프레임워크는 몇 년 만에 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복리(compounding)’라는 개념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일까?
그럴수록 오히려 동양 고전의 오래된 문장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순자는 『순자』 「권학(勸學)」에서 이렇게 말했다.
不積蹞步 無以至千里
不積小流 無以成江海
반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 리에 이를 수 없고,
작은 물줄기가 쌓이지 않으면 강과 바다가 될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순자가 말한 ‘규보(蹞步)’가 아주 작은 반걸음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보통 거대한 목표만 바라보지만, 순자는 오히려 천 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작은 반복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은 더 인상적이다.
積善成德 而神明自得 聖心備焉
선함이 쌓여 덕이 되면 밝은 지혜가 자연히 얻어진다.
현대인은 보통 지혜로운 사람이 선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순자는 반대로 이야기한다.
작은 실천과 반복이 결국 사람 자체를 변화시키고, 그 과정 속에서 더 넓은 시야와 지혜가 생겨난다고 본다.
인간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반복과 축적을 통해 조금씩 자기 자신이 되어간다.
사실 복리는 돈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연구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흩어진 점처럼 보였던 경험들이 시간이 지나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하나의 논문, 작은 프로젝트, 사소한 질문이 몇 년 뒤에는 전혀 다른 깊이를 만들어낸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당장 아무 의미 없어 보였던 만남이 오랜 시간 뒤 예상하지 못한 기회와 신뢰로 돌아오기도 한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것.
복리는 살아남아야 작동한다.
동시에 지금 시대는 단순한 ‘꾸준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AI 시대는 너무 빠르게 변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기존의 기술과 산업은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오래 지속해야 하는가?
아마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 하나를 평생 붙잡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인지 모른다.
여기서 다시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주역』의 말이다.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막다른 데 이르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
이 문장은 지금 AI 시대를 설명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주역은 세상을 고정된 구조로 보지 않았다. 변화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세상의 기본 상태라고 보았다.
중요한 것은 변화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거대한 전환기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전환기,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시대마다 사람들은 극단으로 흔들렸다.
“예전 방식이 영원할 것”
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었고,
“모든 것을 버리고 유행만 좇는 사람”
도 있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개 그 둘 사이에 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강함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힘인지도 모른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실패 후에도 다시 방향을 잡고 걸어갈 수 있는 사람.
변화 속에서도 계속 배우고 연결할 수 있는 사람.
극단적인 성공보다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
어쩌면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이것인지 모른다.
오래된 철학은 바로 그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