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AI는 몇 개월 단위로 새로운 모델과 기술을 만들어내고, 어떤 직업은 갑자기 사라질 것처럼 보이며, 누군가는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부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시장은 매일 새로운 기회를 이야기하고, 사람들은 뒤처질까 봐 불안해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더 조급해진다.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고, 지금 당장 기회를 잡지 못하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도 커진다.
그런데 한편으로 나는 최근 들어 오히려 정반대의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나는 막연하게라도 “결국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특별한 철학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대부분의 일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고 자연스럽게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그 꾸준함이 생각보다 훨씬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처음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 있었다.
이런 것들은 당시에는 별 의미 없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마 이것이 복리(compounding)의 힘인지도 모른다.
복리는 단순히 돈 이야기만이 아니다. 시간 속에서 작은 축적들이 서로 연결되며 예상보다 훨씬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현상 자체에 가깝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런 ‘꾸준한 축적’이라는 방식이,
지금처럼 급변하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그리고 동시에, 이런 경험을 학생들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도 아직 확신은 없다.
왜냐하면 지금 시대는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하나의 기술과 경력을 오래 쌓는 것이 강력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특정 도구나 프레임워크는 몇 년 만에 사라질 수 있다. 어떤 분야는 갑자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또 어떤 분야는 순식간에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요즘 많은 학생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데, 한 가지를 오래 하는 것이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요?”
“장기적인 축적이라는 것이 앞으로도 중요할까요?”
사실 나 역시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기술 자체는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인간의 성장 방식은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전히:
즉, 세상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인간이 배우고 성장하는 구조 자체는 여전히 ‘축적’에 가까운 면이 있다.
동양 고전에서도 비슷한 통찰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순자는 『순자』 「권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不積蹞步 無以至千里
不積小流 無以成江海
반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 리에 이를 수 없고,
작은 물줄기가 쌓이지 않으면 강과 바다가 될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관점이 동양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인간의 탁월함(excellence)은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반복된 습관(habit)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현대의 학습 연구와 전문성 연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깊은 전문성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복된 훈련과 피드백, 그리고 오랜 시행착오 속에서 조금씩 형성된다.
교육학과 AI 연구에서는 이런 능력을 ‘메타 학습(meta-learn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엇을 배우는가를 넘어, 어떻게 계속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가를 배우는 능력이다.
복리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거의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작은 축적들이 서로 연결되며 예상보다 훨씬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사실 인간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다. 반복과 축적을 통해 조금씩 자기 자신이 되어간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시대는 단순한 ‘꾸준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AI 시대는 너무 빠르게 변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기존의 기술과 산업은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오래 지속해야 하는가?
아마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 하나를 평생 붙잡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AI 시대에는, 고정된 전문성보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기술은 계속 등장하고, 기존 방식은 반복적으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일지도 모른다.
즉,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축적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축적
인지도 모른다.
흥미롭게도 이런 관점은 오래된 철학에서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주역』은 세상을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으로 보았다.
그래서 『주역』은 이렇게 말한다.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막다른 데 이르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
이 문장은 지금 AI 시대를 설명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주역은 세상을 고정된 구조로 보지 않았다. 변화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세상의 기본 상태라고 보았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도, 변화에 무작정 휩쓸리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AI 자체도 사실은 비슷한 구조 위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거대한 언어모델은 방대한 데이터와 수많은 연결의 축적 속에서 기본적인 능력을 형성하고, 이후 새로운 환경과 문제에 맞게 계속 적응(fine-tuning)해간다.
어쩌면 인간의 성장 방식과 AI의 학습 방식은 생각보다 완전히 다른 방향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AI조차도, 결국은 거대한 축적 위에서 탄생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거대한 전환기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기존 질서가 무너졌고,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 구조 자체를 바꾸었다.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은 사회의 연결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전환기,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시대마다 사람들은 극단으로 흔들렸다.
누군가는 “예전 방식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고, 또 누군가는 모든 것을 버리고 유행만 좇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개 그 둘 사이에 있었다.
예를 들어 인터넷 혁명 초기에도, 어떤 사람들은 기존 산업 구조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실체 없는 아이디어만으로 끝없이 거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남은 기업들은 조금 달랐다.
Amazon은 단순히 인터넷 유행에 올라탄 기업이 아니라, 물류·인프라·데이터·운영 시스템을 오랫동안 집요하게 축적했다.
Google 역시 검색 알고리즘 하나만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엔지니어링 문화와 데이터 인프라 위에서 새로운 변화를 계속 흡수해왔다.
즉, 오래 살아남은 기업들은 단순히 변화에 빨리 올라탄 기업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자신만의 깊은 축적을 계속 만들어간 경우가 많았다.
AI 시대 역시 비슷한 흐름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강함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힘인지도 모른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실패 후에도 다시 방향을 잡고 걸어갈 수 있는 사람. 변화 속에서도 계속 배우고 연결할 수 있는 사람. 극단적인 성공보다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
어쩌면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도 바로 이것인지 모른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하더라도, 변화 속에서 계속 배우고 적응하며 자신의 방향을 잃지 않는 힘.
복리는 어쩌면 단순히 오래 버티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를 계속 업데이트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작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글은 경제학·경영학의 다음 개념들과 연결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개념이 서로 다른 시대적 문제의식 속에서 발전했다는 점이다.
Human Capital은 산업사회에서 “무엇을 오래 축적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발전했고, Dynamic Capability는 인터넷과 기술 변화 속에서 “어떻게 계속 적응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 둘이 점점 더 분리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단순한 축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단순한 적응만으로도 깊이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최신 AI 시스템 역시 비슷한 구조 위에서 동작한다.
거대한 언어모델은 방대한 데이터의 사전학습(pre-training)을 통해 기본적인 능력을 축적하고, 이후 새로운 환경과 문제에 맞게 미세조정(fine-tuning)되며 적응한다.
물론 이것이 Human Capital과 Dynamic Capability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공식 이론은 아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흥미로운 유사성이 존재한다.
어쩌면 이는:
의 구조와도 닮아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AI조차도, 결국은 ‘축적 후 적응’이라는 구조 위에서 만들어진 존재인 셈이다.